21세기 인류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는 과학·기술·경제적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인공지능, 우주 탐사, 유전자 편집 기술이 현실이 되었고,
글로벌 무역은 전 세계를 하나의 거대한 시장으로 연결했습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인류의 눈부신 진보에도 불구하고
오늘날 여전히 수십억 명의 사람들이 굶주림과 영양실조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약 10명 중 1명은 만성적인 굶주림 상태에 있으며,
더 많은 사람들은 불안정한 식량 사정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프랑스 경제학자 장 지글러는 저서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에서 이러한 현실을 철저히 분석했습니다.
그는 단순히 기후나 자연재해, 인구 증가 때문이 아니라,
글로벌 자본주의 체제와 불평등한 세계 질서가 굶주림의 근본 원인이라고 지적합니다.
즉, 굶주림은 피할 수 없는 자연 현상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정치·경제적 구조의 결과라는 것입니다.
굶주림은 단순히 식량 부족의 문제가 아닙니다.
정치적 권력 관계, 다국적 기업의 이익 추구, 국제 금융 체제,
식량의 상품화 등 복합적 요인이 얽혀 있습니다.
오늘날 세계는 충분히 모든 인류가 먹고 살 수 있을 만큼의 식량을 생산하고 있지만,
그것이 공정하고 안정적으로 분배되지 않기 때문에 절반은 배불리 먹고,
절반은 굶주리는 모순적 상황이 발생합니다.
이 글에서는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의 주요 내용을 정리하면서,
① 식량은 충분한데 왜 굶주림이 발생하는가,
② 구조적 불평등과 국제 체제의 문제,
③ 다국적 기업과 금융 자본의 역할을 중심으로 굶주림의 원인을 분석해보겠습니다.
식량은 충분한데 왜 굶주림이 발생하는가
세계의 굶주림 문제를 단순히 식량 부족으로 오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하지만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오늘날 지구는 인류 전체를 먹이고도 남을 만큼의 식량을 생산합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 농업 생산량은 인류가 필요로 하는 칼로리의 약 1.5배에 달합니다.
그렇다면 왜 수많은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을까요?
그 이유는 분배의 불평등과 식량의 상품화에 있습니다.
세계 시장에서 곡물은 단순한 먹거리가 아니라, 투자 상품이자 투기 대상으로 취급됩니다.
국제 곡물 시장은 미국, 유럽, 브라질 등 일부 국가와 카길,
아처 대니얼스 미들랜드, 루이 드레퓌스와 같은 초거대 다국적 기업이 장악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곡물 가격을 의도적으로 조정하거나, 생산과 수출을 통제하여 막대한 이윤을 챙깁니다.
그 결과 가난한 나라들은 식량을 수입할 능력을 잃고,
자국민에게 필요한 양조차 확보하지 못하게 됩니다.
또한 현지 생산 구조의 왜곡도 큰 문제입니다.
개발도상국의 농업은 자국민의 식량 생산보다,
선진국에 수출하기 위한 상품 작물(커피, 카카오, 바나나, 사탕수수 등)에 집중됩니다.
다국적 기업과 국제 금융 기관의 압력으로 인해 많은 나라의 농민들은 쌀, 옥수수, 밀 같은
주식 작물 대신 현금 작물을 재배하도록 강요받습니다.
이는 국제 무역에는 유리할지 모르지만,
정작 해당 국가 국민들은 먹을 것이 부족해지는 기형적 구조를 낳습니다.
결국 굶주림은 식량 부족의 문제가 아니라,
식량의 정치경제적 구조와 분배의 불평등 문제임이 드러납니다.
량은 충분히 존재하지만,
그것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도달하지 못하는 현실이 세계 굶주림의 본질입니다.
구조적 불평등과 국제 체제의 문제
굶주림 문제는 국제 정치경제 체제의 구조적 불평등과 직결됩니다.
세계 무역 구조와 국제 금융 시스템은 선진국에 유리하게 설계되어 있으며,
개발도상국은 구조적으로 종속될 수밖에 없습니다.
국제통화기금, 세계은행, 세계무역기구와 같은 국제 기구는
개발도상국에게 구조조정 프로그램을 강요해 왔습니다.
이는 경제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공공 보조금 삭감, 농업 보조금 폐지, 공기업 민영화, 수출 주도형 농업 전환 등을
추진하게 만들었습니다.
그 결과 농민들은 값싼 수입 농산물과 경쟁해야 했고,
자국의 식량 자급 능력은 급격히 약화되었습니다.
특히 농업 보조금은 굶주림 문제를 심화시키는 대표적 사례입니다.
미국과 유럽연합은 자국 농민에게 막대한 보조금을 지급해 값싼 농산물을 대량 수출합니다.
이로 인해 개발도상국 농민들은 경쟁력을 잃고, 결국 농업 기반이 무너집니다.
즉, 국제 시장에서 자유무역이라는 이름 아래 실제로는 불공정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또한 채무 문제도 심각합니다.
많은 개발도상국은 국제 금융 기관에 빚을 지고 있으며,
이를 갚기 위해 필수적인 식량 수입이나 농업 투자 대신 외채 상환에 재정을 우선 사용해야 합니다.
이는 국민의 생존보다 채권자의 이익을 우선하는 구조로, 결국 굶주림을 심화시키는 원인이 됩니다.
따라서 세계의 굶주림은 단순한 농업이나 식량의 문제가 아니라,
국제 정치경제 질서의 불평등 구조가 만들어낸 필연적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다국적 기업과 금융 자본의 역할
세계 굶주림 문제를 이해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주체가 바로 다국적 기업과 금융 자본입니다.
우선 곡물 시장을 장악한 몇몇 초대형 기업들은 막대한 권력을 행사합니다.
카길, 미국의 대표적인 농산물 가공 및 식품 기업, 루이 드레퓌스와 같은 기업들은
국제 곡물 거래의 70% 이상을 통제하며, 전 세계 식량의 가격을 사실상 결정합니다.
이들은 특정 시점에 곡물을 저장하거나 방출하여 가격을 조작하고,
파생상품 거래를 통해 이익을 극대화합니다.
이는 단순한 시장 거래가 아니라,
수억 명의 생존을 좌우하는 식량 권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또한 금융 자본은 식량을 투기의 대상으로 삼습니다.
2008년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많은 자본이 안전자산을 찾아 곡물 선물시장으로 몰리면서,
쌀·밀·옥수수 가격이 폭등했습니다.
이로 인해 수많은 저개발국 국민들이 하루아침에 식량 접근권을 잃었습니다.
즉, 세계 금융 자본의 투기적 행위는 직접적으로 굶주림을 확대시킨 셈입니다.
더 나아가 다국적 농업 기업들은 개발도상국에서 대규모 토지 수탈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들은 저렴한 가격으로 넓은 농지를 확보한 뒤,
현지 농민들을 몰아내고 단일 작물을 재배해 글로벌 시장에 판매합니다.
이 과정에서 현지 주민들은 농토를 잃고, 자국민을 위한 식량 생산 기반은 무너집니다.
결국 다국적 기업과 금융 자본은 단순히 경제 활동의 주체가 아니라,
굶주림을 구조적으로 재생산하는 핵심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왜 세계의 절반은 굶주리는가는 우리에게 중요한 통찰을 던집니다.
굶주림은 자연의 불가피한 결과가 아니라, 인간이 만든 정치·경제적 구조의 산물이라는 점입니다.
세계는 인류 전체를 먹이고도 남을 만큼의 식량을 생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불평등한 분배, 국제 체제의 불공정, 다국적 기업과 금융 자본의 탐욕 때문에
전히 수많은 사람들이 굶주리고 있습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단순한 식량 원조 이상의 근본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첫째, 국제 곡물 시장의 독점 구조를 해체하고,
식량을 투기의 대상이 아닌 인류의 기본권으로 재정의해야 합니다.
둘째, 국제 무역과 금융 질서를 개혁하여 개
발도상국이 자국민의 식량 자급 능력을 회복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셋째, 다국적 기업과 금융 자본의 권력을 민주적으로 통제하고,
토지와 자원의 공공성을 강화해야 합니다.
궁극적으로 굶주림 문제는 단순한 경제 이슈가 아니라,
인권과 정의, 그리고 민주주의의 문제입니다.
세계의 절반이 여전히 굶주리고 있는 현실을 외면한다면,
자본주의와 세계화의 정당성 또한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굶주림 해소는 인류 전체의 공동 과제이며,
이를 위한 구조적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더욱 커져야 할 것입니다.
더 나아가, 이 책이 던지는 메시지는 독자 개인에게도 질문을 던집니다.
우리는 매일 소비하는 음식과 물건, 사용하는 서비스가 어떤 구조 속에서 생산되고 있는지,
누군가의 굶주림과 착취 위에 세워진 것은 아닌지를 돌아보아야 합니다.
작은 실천과 인식의 변화가 모여 더 큰 변화를 이끌 수 있습니다.
굶주림의 종식은 거대한 정치·경제적 개혁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의 선택과 연대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