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의가 너무 길다.”
회사에 다니는 사람이라면 이 말 한 번쯤은 해봤을 것이다.
나 역시 매주 월요일이면 오전부터 오후까지 이어지는 회의에 지쳐버렸다.
다들 피곤한 얼굴로 앉아 있지만, 정작 회의가 끝나면 남는 게 없었다.
무엇을 논의했는지도 모호하고, 다음에 무엇을 해야 할지도 불분명했다.
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회의에 쓰면서도, 생산적인 결과가 없다는 사실은 아이러니했다.
어느 순간부터 나는 스스로에게 물었다.
“정말 이 회의가 다 필요한 걸까?”
그러던 중, 책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일한다』에서 이런 문장을 읽었다.
“불필요한 회의는 조직의 에너지를 가장 많이 소모시키는 낭비다.”
그 문장을 읽는 순간 마음이 확 열렸다.
회의는 ‘소통의 장’이 아니라 ‘습관’이 되어 있었다.
회의를 줄이는 것은 단순히 시간을 아끼는 일이 아니라, 생산성을 되찾는 일이었다.
그 이후 나는 다양한 방법을 시도했다.
회의 시간을 절반으로 줄이고, 인원을 최소화하고, 안건을 미리 정리하는 등 작은 실험을 반복했다.
처음에는 주변의 시선이 부담스러웠지만, 점점 효과가 나타났다.
회의가 짧아질수록 실행 속도는 빨라졌고, 모두가 만족했다.
오늘은 내가 실제로 실천해온 회의 시간 절반 줄이는 구체적인 방법을 나누고자 한다.
이 글은 단순한 시간 단축법이 아니다.
‘의미 없는 대화에서 벗어나 핵심만 남기는 기술’에 대한 이야기다.
회의는 ‘결정의 자리’이지 ‘논의의 자리가 아니다’
회의가 길어지는 가장 큰 이유는 ‘결정이 늦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회의는 결론 없이 끝난다.
아이디어만 오가고, 누가 무엇을 할지 정하지 못한 채 다음 회의를 약속한다.
이렇게 되면 회의는 또 다른 회의를 낳는다.
나는 어느 날, 한 프로젝트에서 하루 종일 회의를 한 적이 있다.
각자의 의견은 많았지만, 아무도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결국 팀장은 “그럼 다음 회의에서 다시 논의하자”고 말했다.
그 순간 모두의 표정에는 피로가 스쳤다.
회의는 단순히 길어서가 아니라, 끝이 없어서 힘든 것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는 회의의 목적을 명확히 나누었다.
회의는 두 종류뿐이다.
정보를 공유하기 위한 회의
결정을 내리기 위한 회의
공유 회의는 10분 이내로 끝낼 수 있다.
메신저나 이메일로 대체 가능한 내용이라면 굳이 사람들을 불러모을 필요가 없다.
반면, ‘결정 회의’는 반드시 결론이 나야 한다.
회의가 끝났을 때 누가 무엇을 언제까지 할지가 명확해야 한다.
나는 이 원칙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회의 초반에 이렇게 말했다.
“오늘 이 회의의 목표는 결정입니다. 논의는 이미 사전에 끝냈습니다.”
이 문장 하나만으로 회의의 방향이 달라졌다.
모두가 결론을 내리기 위해 집중했고, 불필요한 이야기들은 자연스럽게 줄었다.
회의를 짧게 만들고 싶다면, 논의가 아닌 결정 중심 회의로 바꿔야 한다.
결정이 빠를수록 실행은 빨라지고, 실행이 빨라질수록 생산성은 높아진다.
회의는 대화의 장이 아니라, 행동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모든 사람의 의견을 다 듣겠다는 ‘좋은 의도’가 오히려 회의를 늦춘다는 점이다.
모든 사람의 목소리를 존중하는 것은 필요하지만, 결정의 순간에는 리더가 책임 있게 결단해야 한다.
나는 예전에는 “좀 더 논의해보자”라는 말을 습관처럼 했지만,
지금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 결론을 내리자”고 말한다.
결단은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미루는 순간, 회의는 그 자리에 머문다.
회의는 완벽한 답을 찾는 자리가 아니다.
그보다는 실행 가능한 방향을 정하는 자리여야 한다.
실제로 일을 추진하다 보면 수정이 가능하다.
그러나 결정이 없으면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는다.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회의는 아무리 길어도 공허하다.
결국 회의의 가치는 말의 양이 아니라 결정의 질에 있다.
짧게 모여도 분명한 결론이 있다면, 그 회의는 성공한 것이다.
그리고 그 한 번의 결정이, 다섯 번의 회의를 대신한다.
시간보다 ‘구조’를 줄여라 – 3단계 회의 설계법
회의 시간을 줄이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구조를 바꾸는 것’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회의는 필연적으로 길어진다.
그래서 나는 ‘3단계 회의 구조’를 만들었다.
1단계: 사전 공유 단계
회의 전날, 회의 안건과 목적, 필요한 자료를 메일로 공유한다.
이때 중요한 것은 ‘회의의 목표’를 명확히 적는 것이다.
예를 들어 “신규 캠페인 아이디어 회의” 대신 “신규 캠페인 예산안 확정”이라고 명시한다.
이 한 줄만으로도 참가자들은 회의의 초점을 잡을 수 있다.
2단계: 집중 토론 단계
회의 중에는 안건별로 시간을 제한한다.
하나의 주제에 5분 이상 논의하지 않는다.
의견이 길어질 경우, 진행자는 “이건 별도 논의로 분리하자”고 정리한다.
이 규칙 덕분에 회의가 늘어지는 일이 거의 없었다.
3단계: 즉시 결정 단계
회의가 끝날 때, ‘누가 무엇을 언제까지 할 것인지’를 바로 정한다.
모든 논의는 실행으로 이어져야 의미가 있다.
결정사항을 화이트보드나 노트에 바로 적어두면 회의가 끝난 후에도 혼선이 없다.
이 구조는 단순하지만 놀라운 효과를 낳았다.
처음엔 “이렇게 빨리 끝내도 될까?”라는 의문이 있었지만, 결과는 반대였다.
짧은 시간에 명확한 결론이 나자 팀의 속도가 빨라졌다.
사람들은 더 이상 회의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회의 인원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많을수록 의견은 늘어나고, 결론은 멀어진다.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만 참석시키면, 회의 시간은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
결국 회의의 효율은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다.
형식이 단순할수록, 대화는 명확해지고 실행은 빨라진다.
회의 문화를 바꾸는 작은 습관들
회의의 시간을 줄이기 위해선 문화부터 바꿔야 한다.
아무리 효율적인 시스템을 만들어도, 구성원들의 습관이 그대로라면 변화는 어렵다.
나는 팀 내부에서 세 가지 습관을 만들었다.
첫째, 회의 시간은 50분이 아니라 25분 단위로 설정한다.
기존의 1시간 회의를 25분으로 줄였더니, 놀랍게도 대부분의 안건이 그 안에 해결됐다.
시간이 줄면 말도 짧아진다. 집중력은 높아지고, 불필요한 이야기는 사라진다.
25분 회의는 ‘시간 압박’을 통해 효율을 만들어낸다.
둘째, 회의 중 노트북 사용을 최소화한다.
회의 중 메신저나 메일을 확인하는 습관은 집중력을 심하게 떨어뜨린다.
그래서 우리는 ‘한 사람만 기록, 나머지는 대화 집중’이라는 원칙을 세웠다.
이 단순한 규칙만으로도 대화의 질이 훨씬 높아졌다.
셋째, 회의 후 즉시 공유한다.
결정된 내용은 30분 이내에 팀 전체에 공유한다.
기록을 남기는 사람이 즉시 정리해 전달하면, 다음 단계가 지연되지 않는다.
이 과정을 생략하면 회의는 다시 반복된다.
‘회의를 줄이는 법’의 핵심은 결국 ‘다시 회의하지 않게 만드는 법’이다.
이 세 가지 습관을 정착시키자 조직의 회의 문화가 눈에 띄게 달라졌다.
사람들은 더 이상 회의를 피하지 않았다.
오히려 “이번 회의는 짧고 명확하겠네”라며 기대하는 분위기가 생겼다.
회의 문화를 바꾸는 일은 결국 사람의 태도에서 시작된다.
회의를 ‘의무’로 생각하는 순간, 효율은 사라진다.
하지만 회의를 ‘결정을 위한 협업’으로 바라보면, 그 짧은 시간이 훨씬 가치 있게 느껴진다.
회의를 절반으로 줄인다는 것은 단순히 시간을 절약하는 일이 아니다.
그것은 조직의 사고 방식을 바꾸는 일이다.
많은 사람들은 회의를 많이 하면 소통이 잘된다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반대다.
소통이 명확할수록 회의는 짧아진다.
나는 이제 회의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길게 말하지 않아도 충분히 통할 수 있고, 짧게 만나도 충분히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2시간짜리 회의를 30분으로 줄이는 건 불가능해 보이지만, 명확한 목적과 구조, 태도만 바꿔도 가능하다.
회의를 잘 줄이는 사람은 일을 잘하는 사람이다.
그들은 말보다 실행을 중시하고, 대화보다 결정을 우선시한다.
회의는 말로 시간을 채우는 자리가 아니라, 실행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오늘 당신이 이 글을 읽고 있다면, 다음 회의에서 단 한 가지를 시도해보길 바란다.
회의 시작 전 이렇게 말해보자.
“오늘 이 회의의 목표는 결정입니다.”
그 한 문장이 회의의 절반을 줄여줄 것이다.
결국, 시간을 줄이는 일은 삶을 되찾는 일이다.
짧게 일하고, 깊게 생각하고, 빠르게 실행하는 조직이 진짜 강하다.
그리고 그 시작은 불필요한 회의 하나를 줄이는 데서 비롯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