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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결 따라 선 긋기 연습법

by tngj5819 2025. 11. 2.

우드버닝을 하다 보면 결국 모든 표현의 시작은 ‘선’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불로 그림을 그린다는 말은 낭만적으로 들리지만,
실제로는 그 불의 흐름을 나무결 위에서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작품의 완성도를 결정합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단순히 도안을 따라 불로 그리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나무의 결을 무시하고 선을 그으면, 열이 엉뚱한 방향으로 번지고, 선이 울퉁불퉁해지며,

의도하지 않은 자국이 남았습니다.
그때부터 ‘나무결을 읽는 법’을 배우기 시작했습니다.

 

나무결은 단순한 표면의 무늬가 아닙니다.
그건 나무의 생애가 만들어낸 흐름이자, 작가에게는 선의 방향을 알려주는 길잡이입니다.
결을 이해하지 못한 채 선을 그으면 불이 거슬리고, 선은 삐뚤어집니다.
하지만 결을 따라가면 불의 흐름이 자연스럽고, 그 선은 마치 나무가 스스로 그린 것처럼 부드럽습니다.

 

오늘은 제가 직접 경험하며 체득한 나무결 따라 선 긋기 연습법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처음 우드버닝을 시작하신 분들이라면 꼭 알아두시면 좋을 내용입니다.


이 글이 여러분이 손끝의 감각을 키우는 데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나무결 따라 선 긋기 연습법
나무결 따라 선 긋기 연습법

 

나무결을 읽는 눈을 기르기

나무결을 이해하는 것은 우드버닝의 시작입니다.
나무결은 단순히 무늬가 아니라, 그 나무가 자라온 환경과 성장 속도가 만든 흔적이며,
결의 방향, 간격, 색의 농도는 모두 다릅니다.
그래서 나무마다 불의 흐름이 다르게 반응합니다.

 

제가 처음 자작나무를 사용할 때, 결이 일정해서 버닝펜이 부드럽게 미끄러지듯 움직였으며,
반면 소나무는 결이 거칠고 불규칙해서 조금만 힘이 달라져도 불이 튀거나 흔적이 번졌어
이때 깨달은 건, ‘결을 보는 눈’이 먼저 필요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결을 읽는 가장 좋은 방법은 손으로 느껴보는 것이었습니다.


손끝으로 나무의 표면을 천천히 쓰다듬어보면 부드럽게 미끄러지는 방향과 거칠게 걸리는 방향이 느껴집니다.
바로 그 차이가 결의 방향입니다.
부드러운 방향이 ‘순결’, 거친 방향이 ‘역결’이라고 부르고 순결 방향으로 선을 긋는 것은

불이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도와줍니다.
반대로 역결 방향은 불이 멈추거나 비뚤어지거나 튀는 느낌이 나지만 모든 작업을 순결로만 할 수는 없습니다.

때로는 역결로 선을 긋는 것이 그림의 질감을 살려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연습할 때, 같은 도안이라도 순결과 역결을 번갈아가며 작업했으며,
이 과정에서 손의 감각이 점점 예민해지고, 불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게 되지만

결을 읽는다는 건 단순히 나무를 보는 게 아니라 나무와 대화를 나누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어떤 방향이 편하니?”라고 묻듯이 손끝으로 그 결을 느끼고, 그에 맞춰 움직이는 것이죠.
그 과정이 쌓이면 어떤 나무라도 자신 있게 다룰 수 있는 감각이 생기고 결의 모양을 눈으로도 관찰해보는

습관이 필요하여 빛에 비춰보면 결의 흐름이 선명하게 드러납니다.


직선형, 물결형, 나선형 등 나무마다 결의 형태가 다르고 그에 따라 불의 흐름도 달라집니다.
빛의 각도에 따라 결이 반사되는 부분과 어두워지는 부분을 비교해보면

불이 어느 쪽으로 더 쉽게 번질지 예측할 수 있어, 또한 나무결의 간격이 촘촘한지, 넓은지도 중요합니다.

 
촘촘한 결은 부드럽고 섬세한 표현에 좋고, 넓은 결은 강한 선과 자연스러운 번짐 표현에 유리하므로
따라서 작품의 분위기에 따라 나무를 고르고 결을 활용하는 것이 좋습니다.

 

결국, 나무결을 읽는다는 것은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관찰력’의 훈련이며 눈으로 보고, 손끝으로 느끼고,

불의 흐름을 상상하는 이 세 가지가 함께 작동할 때비로소 나무는 나에게 협력하기 시작합니다.
그 순간부터 불의 선은 더 이상 낯설지 않고, 나무와 함께 호흡하는 선으로 바뀝니다.

 

 

일정한 선 긋기 – 손의 속도와 압력 조절

 

나무결을 읽었다면, 이제는 그 위에 일정한 선을 긋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이 부분이 우드버닝의 가장 기초이자, 동시에 가장 어려운 과정입니다.

처음 선을 그릴 때 대부분의 초보자들이 겪는 문제는
선이 고르지 않다는 점입니다.
불의 세기와 손의 움직임이 맞지 않으면
어느 부분은 너무 진하고, 다른 부분은 희미해집니다.
그 원인은 대체로 속도와 압력의 불균형에서 비롯됩니다.

처음에는 빠르게 움직이기보다,
버닝펜을 천천히 이동시키며
불이 나무 위에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관찰해야 합니다.
속도를 줄이면 선은 진해지고 굵어지고,
속도를 높이면 색이 연해집니다.
이 원리를 이해하면
열의 세기를 바꾸지 않아도
속도만으로도 다양한 표현이 가능해집니다.

손의 압력도 중요합니다.
너무 세게 누르면 나무가 움푹 들어가거나 팁이 손상됩니다.
반대로 너무 약하면 불이 제대로 닿지 않아 선이 끊깁니다.
저는 ‘종이에 연필로 이름을 쓰는 힘’ 정도를 기준으로 연습했습니다.
그 힘으로 천천히, 일정한 리듬을 유지하며 선을 긋는 것이 핵심입니다.

한 가지 팁을 드리자면,
선 긋기 연습은 나무의 결을 따라 직선 → 곡선 → 교차선 순으로 진행하는 게 좋습니다.
직선은 손의 흔들림을 잡는 연습이고,
곡선은 손목의 유연함을 기르는 연습입니다.
그리고 교차선은 불의 겹침을 제어하는 연습이 됩니다.

저는 하루에 15분씩,
A5 크기의 작은 나무판에 선 긋기만 연습했습니다.
하루 15분이라도 꾸준히 하면
2주 정도 지나면 손의 떨림이 줄고,
불의 흐름을 예측할 수 있는 감각이 생깁니다.
이 연습이 쌓이면 도안을 따라 그릴 때 훨씬 안정감이 생깁니다.

 

 

결을 살린 선 표현 – 자연스러움을 만드는 기술

선은 단순히 형태를 만드는 도구가 아닙니다.
우드버닝에서는 선이 곧 감정이고, 분위기이며, 질감이므로 그래서 선을 ‘어떻게 긋느냐’에 따라

작품의 느낌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결을 따라 선을 긋는 이유는 그 자체로 자연스러움을 살리기 위함입니다.
자연은 결코 직선으로 존재하지 않아 나뭇잎의 흐름, 꽃잎의 굴곡, 나무의 성장 방향까지
모두 부드럽고 유기적인 곡선을 이루고 있습니다.

 

결을 따라가는 선은 그 자연스러움을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제가 자주 하는 연습 중 하나는 결을 따라 선을 겹겹이 쌓아가는 방식과
한 번의 선으로 완성하려 하지 않고, 연한 선을 여러 번 겹치며 농도를 조절하는
방법을 사용하면 명암의 변화가 부드럽고, 그라데이션 효과가 자연스럽게 표현됩니다.

 

또한 선의 방향에 따라 감정이 달라집니다.
결을 따라 부드럽게 내려가는 선은 안정감을 주고, 결을 거슬러 올리는 선은 강한 인상을 주면서
이 원리를 이용하면 같은 도안이라도 감정의 뉘앙스를 다르게 표현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해바라기의 꽃잎을 그릴 때 결을 따라 바깥으로 퍼지는 선을 긋는다면
생동감 있고 밝은 느낌을 줄 수 있습니다.
반대로 결을 거슬러 안쪽으로 긋는다면 더 짙고 깊은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중요한 건 멈춤의 타이밍입니다.


불은 멈추는 순간 더 진하게 타기 때문에, 어디서 멈추느냐가 선의 표정을 결정하면서
끝을 너무 오래 눌러 태우면 점이 생기고, 적절히 떼면 선이 자연스럽게 마무리되며
이 감각은 연습을 통해 손이 기억하게 됩니다.

 

결을 따라 그은 선 하나하나가 쌓여 나중엔 그 자체로 작품이 됩니다.
결국 우드버닝은 선의 예술이자, 결과 불의 조화를 이루는 예술입니다.

 

나무결 따라 선을 긋는 연습은 단순히 기술을 익히는 과정이 아니라 그건 불과 나무,

그리고 나 자신을 이해하는 과정입니다.

 

우드버닝을 하다 보면, 손끝이 나무의 결에 닿을 때마다 마치 서로의 호흡을 맞추는 것처럼 느껴지며,
하루의 긴장이 녹아내리고, 마음이 천천히 안정되는 순간이 찾아와 결을 따라 선을 긋는다는 건
나무의 흐름에 몸을 맡기는 일입니다.


억지로 통제하지 않고, 자연의 방향을 존중하며 그 속에서 나만의 리듬을 찾는 것과

이 연습을 꾸준히 하다 보면 불의 세기, 손의 각도, 그리고 나무의 결이 하나로 이어지는 순간이 옵니다.
그때 느껴지는 감각은 정말 특별합니다.


불은 더 이상 위험한 존재가 아니라 나의 표현을 도와주는 도구로 다가옵니다.

우드버닝은 결국 선 하나에도 마음을 담는 예술입니다.


그 선을 결에 따라 긋는다는 건, 결국 자연을 존중하는 일이며, 자신을 단련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오늘도 저는 나무 앞에 앉아 손끝으로 결을 느끼고, 그 위에 조용히 불의 선을 새깁니다.  


그리고 그 선이 나에게 이렇게 속삭입니다.
“천천히, 하지만 진심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