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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에게 선물한 첫 작품 이야기

by tngj5819 2025. 11. 7.

우드버닝을 처음 시작했을 때, 저는 단순히 ‘예쁜 나무 소품을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펜을 잡았습니다.
하지만 불의 온도와 나무의 향, 그리고 손끝의 떨림이 만들어내는 조용한 집중의 세계에 들어서자
이건 단순한 취미가 아니라 마음을 새기는 예술이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불이 나무를 스칠 때마다 은은한 연기가 피어나고,
그 향이 공기 중에 천천히 머무를 때면 마음속 깊은 곳에 묻혀 있던 감정들이 하나둘 깨어났습니다.
그때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따뜻한 감정을 누군가와 나누고 싶다’는 마음이었죠.

 

그 누군가가 바로 가족이었습니다.
늘 묵묵히 제 곁에서 지켜봐 주던 사람들,
작은 도전에도 함께 웃어주고 응원해준 가족에게 나의 첫 우드버닝 작품을 선물하고 싶었습니다.
그 마음을 떠올리는 순간, 작업은 단순한 연습이 아니었습니다.
나무 위에 마음을 새기고, 불로 사랑을 그리는 과정이 되었습니다.

 

도안을 고르고, 나무를 만지고, 불을 켜기 전의 그 짧은 시간마저 가족의 얼굴이 떠올랐습니다.
그들이 웃으며 작품을 받아드는 장면을 상상하니 손끝의 움직임이 한결 더 부드러워졌습니다.
공방의 따뜻한 공기 속에서 나무 타는 향이 피어오를 때 그 향은 단순한 냄새가 아니라,
가족에게 전할 마음의 편지처럼 느껴졌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제가 직접 불을 다루며 만들었던 가족을 위한 첫 우드버닝 작품 이야기를 나누어보려 합니다.
서툴렀지만 진심이 담긴 그 과정 속에는 작품보다 더 따뜻한 시간이 있었습니다.
이 글이 누군가에게도 작은 용기와 영감이 되길 바라며, 나무 위에 새겨진 그날의 기억을 조심스레 꺼내봅니다.

 

가족에게 선물한 첫 작품 이야기
가족에게 선물한 첫 작품 이야기


나무를 고르는 마음 — ‘무엇을 그릴까’보다 ‘누구를 떠올릴까’

첫 작품의 재료를 고르던 날이 아직도 또렷하게 기억납니다.
공방 한켠에는 다양한 나무 판들이 층층이 쌓여 있었고,

저는 그 사이를 천천히 걸으며 손끝으로 나무의 결을 만져보았습니다.
자작나무의 부드러운 감촉, 소나무의 향기로운 기운, 월넛의 묵직한 색감.
각기 다른 나무들이 저마다의 온도와 이야기를 품고 있었습니다.

 

그때 저는 깨달았습니다.
우드버닝은 ‘어떤 그림을 그릴까’보다 ‘누구를 위해 그릴까’에서 시작된다는 걸요.
그래서 저는 제 마음이 가장 따뜻해지는 방향으로 손을 뻗었습니다.
결국 선택한 건 자작나무였습니다.
밝고 포근한 색감이 엄마의 미소와 닮아 있었고, 결이 고운 표면이 마치 가족의 손길처럼 느껴졌기 때문이죠.

 

나무를 손에 들고 빛에 비춰보니, 그 속에 잔잔히 흐르는 결이 마치 사람의 인생 같았습니다.
매끄럽게 이어지는 부분이 있는가 하면, 가끔은 거칠게 갈라진 결도 있었지요.
그 모든 흔적이 시간이 만든 무늬라는 걸 생각하니 왠지 모를 경건함이 느껴졌습니다.

 

작업 전 사포질을 하며 나무를 다듬는 순간, 그 촉감이 제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혀주었습니다.
거친 표면이 점점 부드러워질 때마다 마음속의 긴장도 함께 사라지는 듯했습니다.
그건 마치 불안한 마음을 천천히 다듬는 의식 같았습니다.

 

그날의 공방은 조용했고, 창문 너머로 들어온 햇살이 나무 위에 부드럽게 내려앉았습니다.
공기 속엔 나무향이 섞여 있었고, 그 향이 저를 작업의 세계로 이끌었습니다.
펜을 잡기 전, 저는 속으로 다짐했습니다.
“이건 내 가족을 위한 마음이야.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아. 진심이 담기면 충분해.”

 

그 한마디가 제 손끝을 따뜻하게 만들어 주었고,
그날 이후로 저는 나무를 단순한 재료가 아닌 ‘감정을 담는 존재’로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우드버닝의 시작은 도안이 아니라 마음이었고, 그 마음이 닿는 순간부터 작품은 이미 시작되고 있었던 거죠.

 

 

불의 온도를 느끼며 — 타오르는 긴장과 설렘 사이에서

버닝펜의 온도를 서서히 올렸습니다.
손끝에서 전해지는 열감이 익숙하면서도 낯설게 느껴졌지요.
400도로 맞춰둔 펜이 서서히 달아오르고, 그 열이 나무 표면에 닿는 순간 ‘지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향이 피어올랐습니다.
그 향은 단순히 나무 타는 냄새가 아니었습니다.
어쩐지 사람의 기억을 자극하는 향이었지요.

 

처음에는 손이 조금 떨렸습니다.
불이 강하면 나무가 너무 타버리고, 약하면 색이 흐릿하게 남기 때문이죠.
온도와 속도를 조절하며 천천히 선을 따라가야 했습니다.
불은 솔직합니다.
내가 급하면 그도 급하고, 내가 안정되면 고요하게 흐릅니다.

 

그날 작업의 시작은 ‘가’ 자 한 글자였습니다.
‘가족’이라는 단어의 첫 선을 그릴 때 손끝이 유난히 떨렸습니다.
마치 내 마음이 그대로 새겨지는 듯했기 때문입니다.
한 줄 한 줄을 그릴 때마다 마음이 차분해지고, 불의 온도가 감정을 따뜻하게 녹여주는 듯했습니다.

 

버닝펜을 세워 점을 찍듯 찍어가며 꽃잎의 질감을 살렸습니다.
불의 강약에 따라 명암이 달라지고, 같은 선도 손의 리듬에 따라 표정이 달라졌습니다.
그 미묘한 변화가 너무 매력적이었습니다.
한 번의 실수도 지워지지 않는다는 사실이 오히려 집중력을 높여주었고,

그 과정 자체가 명상처럼 느껴졌습니다.

 

작업 중간에 문득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선 하나하나가 나의 마음이구나.’ 그래서 일부러 완벽하게 하려는 마음을 내려놓았습니다.
약간의 삐뚤어진 선도, 살짝 번진 부분도 모두 제 손의 흔적이고,
그 흔적 속에 제가 가족을 향해 품은 마음이 담겨 있었습니다.
불의 흐름은 일정하지 않아도 괜찮았습니다.
그 불완전함이 오히려 따뜻함을 만들어주니까요.

 

 

완성, 그리고 선물의 순간 — 나무 위에 남은 마음의 기록

작업을 마치고 마지막으로 마감 오일을 바를 때, 빛이 나무 위에 스며들듯 반짝였습니다.
호두오일을 부드러운 천에 묻혀원형을 그리며 표면을 닦아냈습니다.
 불로 그려진 글씨와 그림이 조금 더 진해지며 그 안에 생명력이 불어넣어진 듯했지요.

 

마감이 끝나고 하루 정도 건조를 시킨 뒤, 리본을 묶어 포장했습니다.
선물용 포장이라기보다, 제 마음을 담는 마지막 의식처럼 느껴졌습니다.
리본을 묶는 손끝이 약간 떨렸지만, 그 떨림마저도 뿌듯하게 느껴졌습니다.

 

가족에게 작품을 건네던 날, 그들의 표정을 아직도 잊지 못합니다.
“이거 네가 한 거야?”
“손으로 다 그린 거야?”
놀라움과 함께 피어난 미소가 제게는 무엇보다 큰 보상이었습니다.
엄마는 작품을 들고 한참을 바라보셨습니다.
그리고 조용히 말씀하셨습니다.
“이건 세상에 하나뿐이네. 네 마음이 보인다.”

 

그 말 한마디에 그동안의 시간과 노력, 손끝의 열기와 불안, 모든 감정이 녹아내렸습니다.
그 순간 깨달았습니다.
우드버닝의 진짜 가치는 ‘예쁜 작품’이 아니라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하는 과정’이라는 것을요.

 

작업 후 며칠이 지나 그 코스터는 거실 탁자 위에 놓였습니다.
커피잔 밑에 고요히 자리 잡고, 햇살을 받으며 반짝이던 그 나무의 결은
마치 제 마음이 그곳에 앉아 쉬고 있는 듯했습니다.
가끔 집을 방문할 때마다 그 코스터를 보면 여전히 따뜻한 기억이 되살아납니다.


가족에게 선물한 첫 작품은 제게 단순한 우드버닝 연습 이상의 의미였습니다.
불의 온도를 조절하며 마음을 다듬고, 나무의 결을 따라가며 감정을 새기던 그 시간은
스스로를 돌아보는 명상 같았고, 사랑을 전하는 또 다른 언어였습니다.
그 한 작품을 통해 ‘손으로 만든 진심은 언제나 전해진다’는 걸 깊이 느꼈습니다.

 

처음에는 서툴고 부족했지만,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았습니다.
가족의 미소와 따뜻한 말 한마디가 그 모든 과정을 충분히 빛나게 했으니까요.
그 작품은 단순한 나무판이 아니라, 제 성장의 기록이자 관계의 기억이 되었습니다.
지금도 집에 들를 때마다 그 코스터를 보면
그날의 향과 불빛, 그리고 가슴 깊이 남은 설렘이 다시금 피어오릅니다.

 

우드버닝은 불로 그림을 그리는 예술이지만, 사실은 마음의 온도를 그리는 작업이라는 걸 이제는 압니다.
그 온도는 매번 다르고, 사람마다 다르지만 진심으로 다가갈 때 그 불빛은 가장 따뜻하게 타오릅니다.

 

앞으로도 저는 이 따뜻한 불의 온도 속에서 누군가의 마음에 닿을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게 커다란 조명 아래의 예술이 아니더라도 괜찮습니다.
하루의 끝, 소박한 나무 향기 속에서 제가 느꼈던 이 감정을 천천히 이어가고 싶습니다.

 

불이 나무를 태우듯, 마음도 시간을 태워야 깊어집니다.
그 속에서 피어난 작은 불빛이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 더 따뜻하게 비춰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