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드버닝을 시작한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글씨’를 새기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림도 좋지만, 마음을 담은 한마디 문장이 들어간 작품은 그 자체로 이야기가 되지요.
“오늘도 수고했어요”
“당신의 하루가 따뜻하길”
이런 짧은 글귀 하나만으로도 작품이 전해주는 감정의 깊이는 완전히 달라집니다.
처음 우드버닝 글씨를 배웠을 때, 저는 단순히 ‘글자를 잘 쓰는 기술’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연습을 거듭할수록 깨달았습니다.
불빛으로 글씨를 새긴다는 건 단순히 손의 움직임이 아니라 마음의 결을 다듬는 과정이라는 것을
펜의 각도, 손의 압력, 불의 온도, 그리고 나무의 결이 만나면,
그 안에서 하나의 ‘감정의 리듬’이 만들어집니다.
특히 글씨체 연습은 단순히 ‘예쁘게 쓰기’가 아니라,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는 과정입니다.
한글의 곡선은 따뜻하고 유연하며, 영문의 필체는 자유롭고 리듬감이 있습니다.
두 가지를 함께 익히면 손끝의 감각이 넓어지고, 표현력도 풍부해집니다.
오늘은 제가 실제로 우드버닝 글씨를 연습하며 터득한 노하우와
한글과 영문 글씨체를 다루는 방법, 그리고 각 글씨에 맞는 불빛의 흐름을 함께 나누려 합니다.
불빛이 만들어내는 선의 온도, 그 미세한 차이가 얼마나 큰 감정을 담아내는지
지금부터 그 이야기를 시작해보겠습니다.

한글 글씨체의 기본 – 곡선 속의 따뜻한 리듬
한글은 우드버닝에서 가장 따뜻하게 표현되는 문자입니다.
모음과 자음이 만나 하나의 글자가 되는 구조 덕분에
획 사이의 연결감이 자연스럽고, 감정이 부드럽게 이어집니다.
하지만 그만큼 글씨의 균형과 리듬을 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한글은 조금만 각이 틀어져도 글씨가 딱딱해 보이거나 비뚤어지기 때문이지요.
처음 한글 글씨체를 연습할 때는 ‘글씨의 틀’보다 ‘글씨의 흐름’을 먼저 익히는 것이 좋습니다.
획을 일정하게 그리는 것보다 중요한 건 선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감각입니다.
저는 한글 연습을 할 때 항상 ‘하나의 선으로 글씨를 연결한다’는 느낌으로 손을 움직입니다.
예를 들어 ‘사랑’이라는 글자를 쓸 때, ‘ㅅ’을 그리고 ‘ㅏ’를 쓰는 것이 아니라
‘사’라는 소리를 그린다는 마음으로 선을 이어가면,
획의 끝과 시작이 자연스럽게 이어져 한글 고유의 리듬이 살아납니다.
한글 글씨체의 핵심은 ‘균형과 여백’입니다.
받침이 있는 글자는 중심이 아래로 쏠리기 때문에
위쪽 획의 길이를 살짝 늘려 시각적인 균형을 맞추는 것이 좋습니다.
또한 글자 간 간격을 일정하게 맞추지 않고,
단어의 분위기에 따라 간격을 달리하면 더 감성적인 느낌이 납니다.
예를 들어 ‘기억’이라는 단어는 글자 간격을 좁게 써서 조용한 감정을 담고,
‘행복’은 여백을 넓혀 밝고 여유로운 인상을 줍니다.
우드버닝으로 한글을 새길 때는 온도와 속도가 가장 중요합니다.
나무는 재질마다 결이 다르기 때문에, 같은 압력이라도 다른 결과가 나옵니다.
저는 주로 중온(350~400도)으로 설정하고, 손의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하려 노력합니다.
불빛이 오래 머무르면 획이 진해지고,
너무 빠르면 글씨의 결이 끊겨 흐름이 깨지기 때문입니다
한 획 한 획이 마치 숨을 들이마시고 내쉬는 리듬처럼 이어져야
글씨가 살아 움직이는 느낌이 납니다.
한글 글씨체를 연습할 때 가장 도움이 되는 방법은 ‘기초 획 연습’입니다.
‘ㅡ, ㅣ, ㅏ, ㅓ, ㄱ, ㅅ’처럼 단순한 획을 반복적으로 연습하다 보면
손의 압력과 불빛의 농도를 조절하는 감각이 생깁니다.
그다음에 짧은 단어를 써보고, 점차 긴 문장으로 확장하면 좋습니다.
이 과정을 통해 손끝의 리듬이 자연스럽게 몸에 배게 됩니다.
그리고 꼭 강조하고 싶은 점이 있습니다.
한글 글씨체는 자신의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는 언어입니다.
조급한 날에는 선이 거칠고, 마음이 평온한 날에는 획이 부드럽습니다.
그래서 글씨를 쓸 때마다 제 감정을 돌아보게 됩니다.
결국 글씨는 마음의 거울이고, 불빛은 그 마음을 비추는 빛이니까요.
영문 글씨체 연습 – 리듬과 여백의 미학
영문 글씨는 한글과는 전혀 다른 흐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한글이 선의 굴곡과 곡선으로 감정을 담는다면,
영문은 ‘연결’과 ‘리듬’으로 감정을 표현합니다.
특히 필기체(커서체)는 우드버닝과 찰떡궁합입니다.
불빛이 이어지는 흐름이 필체의 곡선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기 때문이지요.
영문 글씨를 연습할 때 가장 먼저 익혀야 할 것은 ‘기본 획의 방향’입니다.
왼쪽 아래에서 오른쪽 위로 올라가는 상승획,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내려오는 하강획, 이 두 가지가 리듬의 중심입니다.
이때 중요한 건 끊지 않고 이어가기입니다.
불빛이 멈추면 글씨가 딱딱해지고, 손의 흐름이 끊기면 글씨에 생기가 사라집니다
그래서 영문을 쓸 때는 손목을 너무 고정하지 말고
팔 전체를 부드럽게 움직이며 선을 이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우드버닝 펜으로 영문을 쓸 때는 손의 힘보다는 손목의 유연함과 불빛의 속도가 핵심입니다.
불이 오래 머물면 획이 두꺼워지고, 빠르게 지나가면 얇아집니다.
이걸 이용해 글씨의 강약을 조절하면 훨씬 입체적인 느낌이 나지요.
예를 들어 ‘hello’라는 단어를 쓸 때, ‘h’의 시작 부분은 진하게 눌러서 힘을 주고,
‘o’로 이어질수록 서서히 손의 힘을 풀면
단어 전체가 자연스럽게 숨을 쉬는 듯한 리듬이 만들어집니다.
영문 글씨체에서 중요한 건 균형보다 흐름입니다.
글씨의 간격이 조금 달라도 괜찮습니다.
오히려 완벽하게 맞추려 하면 인공적인 느낌이 나고, 자연스러운 불규칙이 오히려 감성을 살립니다
이건 마치 손글씨의 매력처럼, 불빛으로 쓴 글씨에도 ‘인간의 온도’가 남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또 하나 중요한 요소는 ‘여백’입니다.
영문 캘리그래피는 글자 하나하나보다 전체 문장의 리듬을 보는 것이 핵심입니다.
단어 사이 간격을 너무 좁히지 말고,
불빛이 흐를 수 있는 여유 공간을 남기면 훨씬 고급스럽게 보입니다.
저는 영문을 새길 때, 한 글자보다 한 문장을 하나의 그림처럼 구상합니다.
글씨의 크기, 굵기, 위치를 미리 상상하면서 불빛의 길을 따라가면
마치 음악을 연주하듯 부드러운 흐름이 만들어집니다.
연습할 때는 얇은 나무 조각 위에
‘love’, ‘dream’, ‘peace’, ‘believe’ 같은 단어를 반복해 써보세요
짧은 단어일수록 리듬이 명확하게 느껴지고,
단어 하나에도 불빛의 감정이 자연스럽게 녹아듭니다.
이런 반복 연습이 쌓이면 글씨가 손에 익고,
나만의 영문 감성체가 완성됩니다.
나만의 글씨체 찾기 – 손끝의 개성과 감정의 온도
한글과 영문을 모두 연습하다 보면, 어느 순간 ‘나만의 글씨체’가 조금씩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이건 단순히 기술이 아니라 손의 성격과 마음의 리듬이 만들어내는 결과물입니다.
저는 처음엔 교본의 글씨를 그대로 따라 썼습니다.
획의 길이, 각도, 간격까지 똑같이 맞추려 했지요.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게 불가능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나무의 결은 매번 다르고, 불빛의 흐름도 하루마다 달랐으니까요.
그래서 완벽히 똑같이 쓰려 하기보다,
그날의 감정에 따라 자연스럽게 쓰기로 했습니다.
그 순간부터 글씨가 달라졌습니다.
우드버닝의 매력은 바로 이 ‘불완전함’ 속에 있습니다.
획이 약간 흔들려도, 글자가 비뚤어져도 괜찮습니다.
그 안에는 사람의 온기와 진심이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손의 떨림이 자연스럽게 남은 글씨는 시간이 지나도 더 따뜻하게 느껴집니다.
자신만의 글씨체를 찾으려면 ‘꾸준한 관찰’이 필요합니다.
내가 쓴 글씨를 사진으로 찍어 비교해보세요.
하루, 일주일, 한 달이 지나면 글씨의 흐름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보입니다.
그 변화 속에 나만의 개성이 숨어 있습니다.
한 획 한 획이 쌓이며 손끝의 습관이 만들어지고, 그 습관이 곧 나만의 필체가 되는 것이지요.
마지막으로, 글씨를 쓸 때의 마음가짐이 가장 중요합니다.
우드버닝은 불빛으로 그리는 예술입니다.
조급하면 불이 강해지고, 불안하면 선이 흔들립니다.
마음이 고요할 때 가장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선이 나옵니다.
그래서 저는 글씨를 쓰기 전 항상 커피 한 모금과 함께 호흡을 고릅니다.
그 작은 여유가 글씨의 온도를 바꾸고, 작품의 감정을 다듬습니다.
우드버닝 글씨체 연습은 기술보다 마음을 다듬는 일입니다.
한글의 부드러운 곡선과 영문의 자유로운 리듬 속에서
손끝의 감정이 그대로 드러나고, 불빛이 그 감정을 기록합니다.
처음엔 어렵고 느리게 느껴질지 몰라도
한 획 한 획 쌓여가며 어느새 자신만의 글씨체가 만들어집니다.
그건 단순한 글씨가 아니라, 당신의 감정과 시간이 새겨진 기록입니다.
우드버닝은 완벽을 추구하는 예술이 아닙니다.
불빛이 남긴 흔적, 나무의 결, 그리고 손끝의 떨림 그 모든 불완전함이 모여 진심이 됩니다.
오늘도 불빛 아래에서 한 글자를 새기고 계신다면 그 한 줄이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그 속에는 당신의 마음이 있고, 그 마음이 바로 가장 아름다운 글씨체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