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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결 사이로 피어난 하늘

by tngj5819 2025. 11. 15.

우드버닝을 시작한 이후 나무결을 바라보는 시간이 길어졌습니다.
예전에는 단순한 재료 하나로만 보였던 나무가 어느 순간부터 작은 세상을 품고 있는 듯 느껴졌습니다.
결이 흐르는 방향마다 다른 풍경이 보이고 그 안에 오래된 시간의 흔적이 담겨 있었으며,

따뜻한 색과 결이 어우러져 마치 자연이 속삭이는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나무결 속에서 저는 종종 “하늘 같다”라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마치 구름이 지나가며 남긴 길처럼 보이기도 하고 잔잔한 바람이 스친 파란 하늘의 결 같은 분위기가

나무 위에 조용히 깃들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우드버닝을 하면서 저는 나무결 위에 불을 대는 순간마다 또 다른 하늘을 만났습니다.
불이 지나가며 생겨나는 색과 명암은

바람의 움직임이나 구름의 그림자를 닮아 하나의 리듬을 만들었습니다.
작품을 만들 때마다 “이번에는 어떤 하늘이 피어날까” 하는 설렘이 생겼고

나무 위의 작은 공간이지만 그 안에 펼쳐지는 풍경은 무척 넓고 깊었습니다.

 

우드버닝은 단순히 나무를 태우는 일이 아닙니다.
나무가 품고 있던 시간을 불빛으로 다시 깨우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특히 나무결을 이해하고

그 결을 따라 작업하면 작품의 분위기가 훨씬 자연스럽고 살아 있는 듯 표현됩니다.
결은 나무가 살아온 기록이고 불은 그 기록에 새로운 의미를 더하는 일이니

나무결과 우드버닝은 서로를 완성시키는 관계라고 생각합니다.

 

오늘은 제가 작업하며 느꼈던 “나무결 사이로 피어난 하늘”이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어보려 합니다.
나무결이 어떻게 작품의 바탕이 되는지 그림자와 빛이 결과 만나 어떤 하늘을 만드는지

그리고 나무 위에서 제가 만났던 감정과 기술적인 경험을 담아 천천히 풀어보겠습니다.

 

나무결 사이로 피어난 하늘
나무결 사이로 피어난 하늘

 

나무결을 관찰하는 시간, 첫 번째 하늘을 만나는 순간

우드버닝을 할 때 가장 중요한 시작은 ‘관찰’입니다.
펜을 잡기 전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나무결을 천천히 바라보는 것입니다.
결의 방향 결의 촘촘함 결을 따라 흐르는 색의 차이 이 모든 것이 작품의 분위기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됩니다.
이렇게 결을 살피는 과정은

마치 파란 하늘이 천천히 색을 바꾸는 모습을 바라보는 것과도 닮아 있습니다.

 

제가 우드버닝을 처음 배울 때 가장 자주 들었던 말이 “나무를 먼저 봐라”였습니다.
그때는 그 말의 의미를 깊이 이해하지 못했지만 시간이 흐르며 깨닫게 되었습니다.
결 하나에도 나무의 이야기가 담겨 있고 그 이야기를 제대로 읽지 못하면

우드버닝 작품 또한 자연스러운 흐름을 만들기 어렵다는 것을요.

 

나무의 종류에 따라 결은 매우 다릅니다.
자작은 결이 부드럽고 촘촘해 흐림 없이 균일한 선을 만들기 좋지만

소나무는 옹이가 많아 결의 흐름이 고르지 않고 열이 부분적으로

달라져 더 진하게 타는 부분과 옅게 타는 부분이 함께 생깁니다.
월넛은 짙은 색 덕분에 명암 대비가 잘 드러나지만 부드러운 작업이 어렵기도 합니다.
이런 차이를 이해하면 우드버닝을 할 때 작품의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조절할 수 있으며

결을 억지로 다루기보다 결이 안내하는 방향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 훨씬 안정적입니다.

 

결을 관찰하다 보면 종종 하늘의 질감을 떠올리곤 합니다.
매끄럽게 이어진 결은 맑게 펼쳐진 여름 하늘 같았고

조금 울퉁불퉁한 결은 구름이 흩어져 지나가는 가을 하늘 같았습니다.
이때 저는 작품을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분위기를 선택하게 됩니다.
이번 작품에 표현하고 싶은 하늘의 느낌이 무엇인지 내가 전달하고 싶은 감정이 어떤 색인지

자연스럽게 떠오르곤 하니까요.

 

이처럼 나무결을 바라보는 일은 단순한 준비 과정이 아니라 작품의 방향을 정하는 설계와도 같습니다.
결이 알려주는 흐름을 이해하면 불빛도 자연스레 그 길을 따라 움직이고

그 과정 속에서 작품만의 하늘이 조용히 피어납니다.

 

 

불빛과 결의 만남, 명암이 만들어내는 하늘의 리듬

우드버닝에서 가장 중요한 기술 중 하나는 명암 조절입니다.
명암은 그림자와 빛의 균형을 이루는 작업이며 작품 전체의 분위기와 깊이를 정합니다.
하지만 단순히 밝고 어둡게만 나누는 것이 아니라 나무결 위에서 어떻게 자연스럽게 연결되느냐가

더 중요하지요.
이 명암의 흐름은 하늘의 색 변화와도 닮아 있습니다.
해질 무렵 노을의 색이 서서히 진해지고 흐릿해지듯 우드버닝의 명암도 천천히, 여러 번, 얇게 쌓아가야

자연스러운 흐름이 만들어집니다.

 

처음 작업할 때 저는 한 번에 진한 색을 내고 싶어 온도를 높여 태우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자연스러움은 사라지고 거친 흔적만 남았습니다.
명암은 서두르지 않고 조금씩 쌓아야 합니다.
제가 자주 사용하는 방법은 ‘레이어링’ 방식으로 한 번에 깊이를 내는 것이 아니라

얇은 층을 여러 번 쌓아 자연스러운 농담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 방식은 구름의 그림자처럼 부드럽게 흐르는 느낌을 만들기에 가장 적합합니다.

 

결과 명암이 만나면 하늘 같은 흐름이 생깁니다.
결이 흐르는 방향대로 밝고 어두움을 조절하면 바람이 지나가는 듯한 표현을 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결을 역행하면 불빛이 거칠게 번져 하늘의 흐름이 깨진 듯한 느낌이 들지요.
그래서 저는 작업할 때 항상 “바람이 흐르는 방향을 보고 있다”는 마음으로 결을 따라갑니다.

 

빛이 닿는 부분은 온도를 낮추고 부드럽게 스치듯 작업합니다.
그림자가 만들어지는 부분은 천천히 시간을 더해 깊이를 쌓아갑니다.
이 명암 조절 과정은 마치 하늘이 스스로 빛을 품고 그림자를 바꿔가는 것과도 닮아 있습니다.
특히 저는 이 순간의 감정이 작품에 스며든다고 믿습니다.
손끝이 조용하고 편안한 날에는 그림자도 부드럽게 내려앉고 마음이 복잡한 날에는

명암의 경계가 조금 더 강해지는 경험도 여러 번 했습니다.

 

나무결 위에서 명암이 살아나는 장면을 보면 저는 늘 하늘이 만들어지는 느낌을 받습니다.
빛과 그림자가 결을 따라 부드럽게 이어지고 그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하나의 작은 풍경이 완성됩니다.
우드버닝은 이렇게 하늘의 리듬을 담은 예술입니다.

 

 

나무 위에 피어난 하늘, 작품을 완성하는 마지막 감정

작품이 어느 정도 완성될 때쯤 저는 늘 잠시 손을 멈춥니다.
그리고 나무 위에서 지금 피어오르고 있는 하늘을 바라봅니다.
불빛이 지나간 자리마다 조금씩 남은 온도와

그림자 바람처럼 흐르는 명암의 결들이 하나의 분위기로 이어지며

조용한 풍경을 만들어냅니다.

 

이 단계에서는 기술보다 감정이 더 큰 역할을 합니다.
어떤 부분에 더 따뜻함을 남길지 어디에 부드러운 명암을 더할지 어떤 경계는

흐리게 만들지 이런 선택들은 손끝의 감정이 결정합니다.
저는 이 과정에서 늘 “이 작품이 어떤 하늘처럼 느껴지길 바라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집니다.

 

만약 잔잔한 오후의 하늘을 표현하고 싶다면

명암의 대비를 부드럽게 하고 결의 흐름을 따라 은은하게 깊이를 넣습니다.
반대로 여름 날의 선명한 하늘 느낌을 담고 싶다면

그림자와 빛의 대비를 조금 더 강하게 하며 결 사이의 밝은 영역을 선명하게 남겨둡니다.
이 각각의 선택들이 작품의 온도와 분위기를 결정합니다.

 

마지막으로 저는 전체를 천천히 바라보며 여백을 조정합니다.
우드버닝에서 여백은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모든 면을 태우는 것이 아니라 남겨진 공간이 있어야 나무가 숨을 쉬고

그 여백이 작품의 하늘을 넓혀주는 역할을 합니다.
여백을 보면 작품이 품고 있는 감정의 폭도 더 넓어집니다.

 

완성된 작품을 손에 들면 나무 위 작은 조각 속에 하나의 하늘이 담겨 있는 기분이 듭니다.
그리고 그 하늘 속에는 제가 작업하며 느꼈던 감정과 시선이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저는 이 순간이 가장 좋아집니다.
작업 과정의 고민과 집중이 하늘 같은 평온함으로 정리되는 시간이지요.

 

 

나무결 사이로 피어난 하늘이 남긴 이야기

우드버닝을 하며 가장 큰 배움을 준 것은 나무결과 그림자였습니다.
결을 바라보는 시간은 자연을 바라보는 시간과도 닮아 있었고

그 속에서 저는 작은 하늘을 발견했습니다.
명암을 조절하며 하늘의 흐름을 담아내는 과정은 제 마음의 흐름과도 비슷했습니다.
때로는 밝은 날처럼 경쾌했고 때로는 구름 낀 하늘처럼 차분했습니다.
이 감정들이 층층이 쌓여 작품이라는 작은 하늘이 완성되었습니다.

 

우드버닝은 불과 나무의 만남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마음과 마음의 만남으로 이어지는 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나무 위에 남겨진 하늘은 단순한 그림이 아니라

그날의 감정 그날의 온도 그날의 속도를 모두 품고 있는 기록입니다.
그래서 완성된 작품을 보면 저는 언제나 조용한 하늘을 바라보는 것 같은 평온을 느낍니다.

 

이 글을 읽는 당신도 나무결을 한번 천천히 바라보셨으면 합니다.
그 결 속에는 나무가 살아온 시간과 자연이 남긴 흔적이 담겨 있고

그 사이에서 자신만의 하늘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우드버닝은 그 하늘을 불빛으로 표현하는 일이며

그 과정 속에서 따뜻한 위로와 깊은 감정을 만나게 됩니다.

 

오늘도 저는 나무 위에 하늘을 피워봅니다.
그 작은 하늘이 누군가의 마음에도 조용히 스며들기를 바라며 작업을 이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