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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색

by tngj5819 2025. 12. 13.

우드버닝을 오래 하다 보면 작품을 완성하는 기쁨만큼이나

시간이 흐른 뒤의 변화가 더 크게 다가오는 순간이 있습니다.

처음 완성했을 때는 분명 선명하고 깊었던 태움의 색이 몇 달 뒤 다시 바라보면 살짝 옅어져 있거나,

음영의 경계가 흐릿해져 있는 경우가 있습니다.

나무라는 재료가 가진 자연스러운 변화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자신의 손끝에서 만들어낸 표현이 조금씩 사라지는 듯한 느낌은

작업자에게 작은 아쉬움을 남기기도 합니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저는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색’이라는 주제를 자연스럽게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마감을 잘해서 작품을 보존하는 문제를 넘어,

처음 완성 순간의 느낌과 감정이 오래도록 이어지게 할 방법을 찾고 싶어졌습니다.


우드버닝은 다른 예술 재료에 비해 변화가 더 뚜렷합니다.

나무는 습도와 온도에 반응하고 햇빛에 노출되면 색이 바래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 변화 속에서도 선명함을 지키는 작품들을 보면 어떤 공통점을 발견하게 됩니다.

작업 과정에서의 열 조절, 태움의 밀도, 음영의 깊이, 나무 선택,

그리고 마감 방식까지 모두가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시간이 지나도 변함없는 색을 유지하게 만드는 것입니다.

저 역시 다양한 나무판에 수많은 실험을 해보며, 변화를 줄이는 색의 조건과 표현 기법을 조금씩 찾아갔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오랜 시간 우드버닝을 하며 경험한 ‘색의 지속력’을 중심으로,

어떤 요소들이 작품의 색을 오래 유지하게 만드는지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기본적인 기술부터 실제 작업에서 깨달은 감각적인 부분까지 담아,

우드버닝을 사랑하는 분들이 오랜 시간 같은 색을 간직할 수 있도록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색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색

 

태움의 밀도와 온도 조절 — 색의 지속력을 결정하는 출발점 

우드버닝 작품에서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색을 만들기 위해

가장 먼저 신경 써야 할 부분은 바로 태움의 밀도입니다.

나무를 태우는 깊이와 열의 전달 방식이 작품의 색 변화 속도를 크게 좌우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처음 작업을 시작했을 때는 단순히 온도를 높여 빠르게 태우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며 동일한 색을 유지하고 있는 작품들을 살펴보면

공통적으로 열을 일정하게 유지한 상태에서 천천히 태워진 흔적들이 있었습니다.


우드버닝은 열의 강약을 통해 색을 표현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강한 열로 빠르게 태운 부분은 표면만 갈색으로 변하고 속은 충분히 태워지지 않아 시간이 지나면 색이 옅어집니다.

반면 낮거나 중간 열에서 천천히 태운 선은 나무 속까지 열이 깊게 전달되며 안정적인 색이 만들어집니다.

이 과정에서 저는 ‘속까지 태운 색은 시간이 지나도 남는다’는 사실을 몸으로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태움의 밀도를 높이기 위해서는 손의 속도와 압력, 팁의 종류를 세밀하게 조절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솜털처럼 가벼운 음영은 빠르게 지나가는 손놀림으로 표현할 수 있지만,

깊고 오래 유지되는 음영을 만들기 위해서는 손을 멈추지 않고 천천히 반복하며 열을 축적시키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저는 특히 음영을 넣을 때 일정한 리듬으로 움직이며 태움의 양을 세밀하게 조절하는 습관을 갖게 되었습니다.


또한 나무 결의 방향에 따라 열 전달 방식도 달라집니다.

결을 따라 태우면 색이 부드럽게 퍼지며 안정적으로 나타나지만,

결을 거슬러 태우면 태움이 표면에만 머물러 시간이 지나면서 밝아지는 현상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저는 결의 방향을 먼저 확인한 뒤 색이 오래 유지되기 좋은 방향을 선택하여 작업합니다.


실제 작품을 오래 보존하고 싶다면 태움의 깊이와 일관성을 지키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색은 단순히 버너의 온도로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열이 나무 속으로 얼마나 들어가 있는지에 따라 결정되는 것이며,

이 과정이 작품의 전체 수명을 좌우하게 됩니다.

 

 

나무 선택과 표면 준비 — 색의 유지력을 높이는 숨은 기반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색을 만들기 위한 두 번째 핵심 요소는 바로 나무 선택입니다.

저는 다양한 나무판을 사용해본 뒤 특정한 차이를 명확하게 발견했습니다.

자작나무, 버드나무, 고무나무, 삼나무 등 각 재질마다 열에 반응하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작품의 색 유지력에도 차이가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자작나무는 단단하고 결이 촘촘하여 태움이 깊게 들어가면 오랜 시간 색이 유지됩니다.

제가 지금까지 작업한 중 가장 오래 보존된 작품들도 대부분 자작나무를 사용했었습니다.

반면 결이 부드럽고 결 사이 공극이 넓은 삼나무는 태움이 일정하게 유지되기 어렵고,

시간이 지나면 색이 더 빨리 변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나무가 약하기 때문이 아니라,

열이 깊게 전달되기 어려워 표면만 태워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나무 선택 외에도 표면 준비 과정은 색 유지에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사포 작업의 정교함에 따라 태움의 고르고 깊은 색이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평소 저는 180방 → 240방 → 320방 순서로 사포질을 하며 나무 결을 최대한 부드럽게 정리합니다.

이런 과정이 단순히 표면을 매끄럽게 만드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사실 열이 고르게 전달되도록 하는 매우 중요한 준비 단계입니다.


사포질이 제대로 되지 않으면 태움이 uneven하게 들어가 색이 빠르게 변하거나,

음영 표현이 시간이 지나며 얼룩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또한 미세한 먼지가 남아 있으면 태움이 고르게 전달되지 않아 색의 지속력에 영향을 줍니다.

저는 작업 전 마른 천이나 에어브로어로 표면을 완벽하게 정리한 뒤 작업을 시작합니다.


마지막으로 나무의 수분 상태도 큰 영향을 미칩니다.

너무 건조한 나무는 열을 빠르게 흡수해 색이 과하게 변할 수 있고,

너무 습한 나무는 열이 제대로 전달되지 않아 음영의 깊이가 일정하게 유지되지 않습니다.

제가 발견한 가장 이상적인 상태는 건조하되 지나치게 푸석하지 않은, 적당한 탄성을 가진 나무입니다.


이처럼 나무의 재질, 결 방향, 사포질, 수분 상태까지

모두가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변하지 않는 색을 만드는 기반이 됩니다.

 

 

마감과 보관 환경 — 색의 안정성을 완성하는 마지막 단계 

태움의 기술과 나무 선택이 색의 시작이라면, 마감과 보관 환경은 그 색을 지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저에게는 마감 과정이 오래도록 과소평가했던 단계였지만,

시간이 지나며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마감은 단순히 작품을 아름답게 보이게 하는 작업이 아니라, 색과 표면을 보호하는 방패와 같은 역할을 합니다.

예를 들어 무광 바니시는 우드버닝의 자연스러움을 유지하면서도 표면을 안정적으로 보호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바니시를 얇고 균일하게 세 번 정도 올리면 색이 오랫동안 그대로 유지되며,

외부 충격이나 습기로부터 작품을 안전하게 지킬 수 있습니다.


오일 마감은 부드러운 분위기를 유지하고 싶을 때 좋은 선택이지만,

방수나 내구성이 약하기 때문에 색 보존 측면에서는 강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오일이 스며들며 나무의 결을 깊게 드러내기 때문에 색이 자연스럽게 보이는 장점은 있습니다.

저는 바니시와 오일의 특성을 고려해 작품 분위기와 용도에 따라 마감법을 구분해 사용합니다.


코팅 마감은 가장 강력한 보호력을 제공합니다.

외부에서 장시간 노출되는 작품이나 간판, 정원 소품 등은 코팅제가 색을 안정적으로 지켜주는 역할을 합니다.

하지만 너무 두꺼운 코팅은 우드버닝의 질감을 인위적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선택 기준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마감만큼 중요한 것이 보관 환경입니다.

우드버닝 작품은 햇빛 아래 오래 두면 색이 바래고,

습기가 많은 공간에서는 나무가 팽창·수축하면서 태움의 경계가 흐려집니다.

저는 작품을 직사광선이 닿지 않고 온도 변화가 크지 않은 공간에 보관하며,

필요할 경우 제습제를 활용해 습도를 조절합니다.


결국 색의 변화를 지연시키는 것은 단순히 한 가지 비법이 아니라,

태움의 기술·나무의 선택·마감의 방식·보관 환경이 하나의 흐름처럼 연결되어야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경험을 통해 깨닫게 되었습니다.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색을 만들기 위한 과정은 단순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여러 요소가 정교하게 맞물리는 복합적인 과정입니다.

저는 우드버닝을 하며 처음에는 단순히 “예쁘게 태우기”만 신경 썼지만,

경험이 쌓일수록 색의 변화를 좌우하는 요소들이 기술을 넘어 재료, 환경, 마감까지도

모두 영향을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태움의 깊이는 색이 얼마나 오래 버틸지를 결정합니다.

나무의 결과 밀도는 색이 얼마나 고르게 유지될지를 결정합니다.

마감은 그 색을 보호하는데, 어떤 방식으로 마감하느냐에 따라 작품의 분위기까지 바뀝니다.

마지막으로 보관 환경은 그 색이 얼마나 느리게 변할지를 결정하게 됩니다.


저는 이 과정을 반복하며 시간이 지나도 크게 바래지 않는 작품들을 만들 수 있게 되었고,

그때마다 우드버닝이 단순한 기법이 아니라 ‘시간을 새기는 작업’이라는 생각이 더 깊어졌습니다.

처음의 색을 오래 지키고 싶다는 마음은 작업자라면 누구나 공감하는 바람일 것이며,

그 바람을 이루기 위해서는 기술뿐만 아니라

작품을 대하는 태도와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느꼈습니다.


이 글이 우드버닝을 사랑하는 분들에게 색의 지속력을 지키는 작은 힌트가 되기를 바라며,

여러분의 작품이 시간이 지나도 여전히 생생한 감정과 이야기를 품고 있기를 진심으로 응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