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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합기법 실험기

by tngj5819 2025. 12. 24.

우드버닝 작업을 어느 정도 이어오다 보면, 자연스럽게 익숙함이 찾아옵니다.

처음 불을 잡았을 때의 긴장감과 설렘은 점점 줄어들고,

손은 기억에 익숙해진 움직임을 반복하게 됩니다.

저 역시 일정한 스타일과 방식 안에서 작업을 이어가며 안정감을 느끼는 동시에,

어딘가 정체된 느낌을 받기 시작했습니다.

작품은 완성되지만, 새로운 자극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고,

작업 시간마저 조금씩 무뎌지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그 시점에서 떠오른 것이 바로 혼합기법에 대한 실험이었습니다.

우드버닝이라는 기본 틀은 유지하되,

다른 재료와 표현 방식을 함께 사용해보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처음에는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컸습니다.

불로 태운 선 위에 다른 재료를 얹는다는 것이 과연 어울릴지,

오히려 작업을 망치지는 않을지 걱정이 앞섰습니다.

 

하지만 작업을 오래 이어가고 싶다면, 익숙함에만 머물러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더 컸습니다.

혼합기법은 새로운 완성도를 목표로 하기보다, 제 작업 감각을 다시 깨우기 위한 시도였습니다.

이 글은 우드버닝을 중심으로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결합하며 시행착오를 겪은 기록입니다.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했던 실험을 통해 무엇을 느꼈고,

어떤 점을 조심해야 했는지를 솔직하게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비슷한 고민을 하고 계신 분들께 하나의 참고 사례가 되기를 바랍니다.

 

혼합기법 실험기
혼합기법 실험기

 

혼합기법을 시작하게 된 이유 — 익숙함을 깨기 위한 작은 시도 

혼합기법을 본격적으로 시도하기 전, 저는 스스로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졌습니다.

지금 내 작업이 반복되고 있지는 않은지,

익숙함에 기대고 있지는 않은지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우드버닝은 선과 음영만으로도 충분히 다양한 표현이 가능하지만,

같은 방식만 계속 사용하다 보면 시선이 좁아질 수 있습니다.

 

처음 시도한 혼합기법은 색연필과의 결합이었습니다.

우드버닝으로 기본적인 형태와 명암을 만든 뒤, 일부 영역에만 색을 더해보았습니다.

예상보다 조심스러운 작업이 필요했지만,

태움의 농담 위에 얹힌 색은 생각보다 자연스럽게 어우러졌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혼합기법은 ‘덧붙이는 작업’이 아니라,

처음부터 계획된 흐름이어야 한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이후에는 수채 물감, 파스텔, 아크릴 등 다양한 재료를 조금씩 시험해보았습니다.

모든 시도가 성공적이었던 것은 아닙니다.

어떤 재료는 나무 표면에 잘 스며들지 않았고, 어떤 재료는 태움의 깊이를 가려버리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실패를 통해 어떤 재료가 우드버닝과 어울리는지,

어떤 방식은 피해야 하는지를 몸으로 익힐 수 있었습니다.

 

혼합기법을 시작하며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작업에 대한 집중력이었습니다.

결과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한 선 한 선 더 신중해졌고, 전체 구성을 더 많이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이 과정은 작업을 다시 ‘배우는 시간’처럼 느끼게 만들었고, 그 자체로 큰 의미가 있었습니다.

 

 

재료별 혼합 실험 — 어울림과 충돌 사이에서 배운 것들

혼합기법 실험에서 가장 중요했던 것은 재료의 특성을 이해하는 일이었습니다.

나무는 생각보다 민감한 재료이며, 불로 태운 표면은 일반 종이나 캔버스와는 전혀 다른 반응을 보입니다.

저는 재료별로 작은 테스트 조각을 만들어 먼저 실험한 뒤, 본 작업에 적용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이 과정은 번거롭지만, 완성도를 지키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단계였습니다.

 

색연필은 비교적 안정적인 선택이었습니다.

태움 위에 얹어도 색이 과하게 튀지 않고,

나무결 사이로 자연스럽게 스며들며 은은한 표현이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특히 명암이 이미 형성된 부분에 색연필을 더하면,

태움의 깊이를 해치지 않으면서 분위기를 보완할 수 있었습니다.

다만 강하게 눌러 칠할 경우 나무 표면이 손상될 수 있어, 힘 조절이 중요하다는 점도 함께 배웠습니다.

 

반면 수채 물감은 조절이 쉽지 않았습니다.

물의 양에 따라 나무가 휘거나 색이 번질 위험이 있었고,

태운 선을 따라 물감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퍼지기도 했습니다.

저는 이 문제를 줄이기 위해 물의 양을 최소화하고, 여러 번 얇게 올리는 방식을 선택했습니다.

충분한 건조 시간을 확보하지 않으면 색이 흐려지거나 얼룩이 생길 수 있어,

기다림 또한 작업의 일부라는 점을 다시 한 번 실감하게 되었습니다.

 

아크릴 물감은 발색이 강한 만큼 신중함이 필요했습니다.

조금만 과해도 우드버닝의 선과 음영이 묻혀버릴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아크릴을 사용할 때 배경보다는 포인트 위주로 제한해 사용했고,

붓보다는 스펀지를 활용해 얇게 두드리듯 표현했습니다.

이 방법은 태움의 질감을 살리면서도 색의 존재감을 조절하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실험을 통해 배운 점은,

혼합기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재료 자체보다도 ‘사용 방식’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같은 재료라도 어떻게 얹느냐에 따라 결과는 크게 달라집니다.

어느 한 재료가 주인공이 되기보다는,

서로를 보완하는 관계가 되었을 때 작업은 가장 자연스럽게 완성됩니다.

이 기준을 세운 이후, 혼합기법에 대한 두려움은 점점 줄어들었고,

새로운 재료를 시도하는 데에도 훨씬 유연해질 수 있었습니다.

 

 

혼합기법이 작업에 준 변화 — 감각과 시선의 확장 

혼합기법을 지속적으로 시도하면서, 작업 전반에 많은 변화가 생겼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작업을 바라보는 시선이 눈에 띄게 넓어졌다는 점입니다.

이전에는 우드버닝 하나만으로 완성도를 판단했다면, 이제는 전체 구성과 재료 간의 조화,

그리고 각 요소가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를 함께 고려하게 되었습니다.

불로 만든 선이 주인공이 되어야 할지,

색이나 질감이 중심이 되어야 할지 고민하는 과정 자체가 작업을 한층 입체적으로 만들어주었습니다.

 

이 과정은 작업의 난이도를 높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만족감도 크게 높여주었습니다.

실패 가능성이 있는 작업일수록 완성했을 때의 성취감은 더 컸고,

그 경험은 다시 다음 작업으로 이어지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특히 혼합기법은 작업 속도를 자연스럽게 늦추어 주었습니다.

한 번에 끝내는 작업이 아니라, 각 단계마다 결과를 확인하고 다음 선택을 고민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이 느린 속도는 오히려 작업에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늘려주었습니다.

 

혼합기법을 통해 얻은 또 하나의 변화는 표현의 폭이 분명히 넓어졌다는 점입니다.

같은 주제라도 어떤 재료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분위기를 만들 수 있었고,

이는 작업이 반복된다는 느낌을 줄여주었습니다.

이전에는 같은 소재를 다루는 것이 부담으로 느껴질 때도 있었지만,

혼합기법 이후에는 하나의 주제를 여러 방식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변화는 실패를 대하는 태도였습니다.

혼합기법에서는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오는 일이 매우 잦았고,

그 과정에서 실패를 자연스러운 일부로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실패한 작업을 버리는 대신, 왜 어울리지 않았는지를 분석하게 되었고,

그 경험은 다음 작업의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되었습니다.

이처럼 혼합기법은 결과보다 과정을 중시하게 만들었고, 작업에 대한 부담을 줄여주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저는 우드버닝 작업을 장기적으로 이어가기 위해서는

기술만큼이나 태도와 시선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혼합기법은 새로운 표현을 위한 도구이기도 하지만,

작업을 다시 살아 움직이게 만드는 자극이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앞으로의 작업에서도 계속해서 영향을 미칠 것이며,

우드버닝을 보다 유연하고 오래 이어갈 수 있게 해주는 기반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혼합기법 실험은 우드버닝 작업에 새로운 방향을 제시해준 경험이었습니다.

단순히 다른 재료를 더하는 것이 아니라, 작업을 바라보는 시선과 태도를 바꾸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익숙했던 방식에서 벗어나 다시 고민하고,

실패를 감수하는 과정은 작업을 한 단계 더 성장하게 만들었습니다.

 

혼합기법은 누구에게나 정답이 있는 방식은 아닙니다.

하지만 작업에 정체감을 느끼고 있다면, 작은 실험만으로도 충분한 변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결과보다 과정에 집중하고, 자신의 감각을 믿는 태도입니다.

 

이 글이 우드버닝 작업을 이어가며 새로운 시도를 고민하고 계신 분들께 작은 용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혼합기법은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도구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작업을 다시 즐기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습니다.

여러분의 작업에도 새로운 감각이 자연스럽게 스며들기를 진심으로 응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