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우드버닝 작품을 판매해보겠다고 마음먹었을 때,
가장 막막했던 질문은 기술이나 디자인이 아니었습니다.
바로 가격이었습니다.
나무를 고르고, 도안을 그리고, 불을 올리고,
한 선 한 선을 태워 완성하는 과정은 손에 익어가는데,
정작 이 작품에 얼마를 붙여야 하는지는 누구도 명확하게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검색을 해보면 “시간당 얼마”, “재료비의 몇 배”, “감성값을 더하라” 같은 조언은 많았지만,
실제 작업을 하는 입장에서는 그 말들이 쉽게 와닿지 않았습니다.
특히 우드버닝은 기계로 대량 생산하는 작업이 아니기 때문에,
같은 도안이라도 손의 힘, 그날의 집중도, 나무 상태에 따라 결과가 달라집니다.
저는 그 미묘한 차이를 좋아해서 이 작업을 시작했지만,
가격을 책정할 때는 그 불확실성이 오히려 부담으로 다가왔습니다.
너무 낮게 책정하면 제 노동이 가벼워 보일 것 같았고,
너무 높게 책정하면 “이 가격에 왜 이걸 사야 하느냐”는 질문을 받을까 두려웠습니다.
실제로 첫 판매를 시도했을 때, 저는 주변의 반응에 크게 흔들렸습니다.
“생각보다 비싸다”라는 말 한마디에 가격표를 다시 고치고,
“이 정도면 싸다”라는 말에는 괜히 더 올려야 하나 고민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깨달은 것은, 가격은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작업자의 태도와 기준이 그대로 드러나는 부분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이 글에서는 제가 직접 우드버닝 작업을 하며 겪었던 가격 책정의 실제 사례를 바탕으로,
어떤 고민을 했고 어떤 기준을 세우게 되었는지 솔직하게 나누어보려 합니다.

재료비와 시간만으로는 설명되지 않는 가격의 현실
우드버닝 가격을 처음 계산할 때, 가장 먼저 떠올리는 기준은 재료비와 작업 시간입니다.
나무판의 가격, 펜팁 소모, 전기 사용량, 그리고 작업에 소요된 시간.
이 네 가지를 더하면 어느 정도의 기본 금액은 나옵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이 방식으로 계산을 시작했습니다.
예를 들어 나무판이 만 원, 소모비가 오천 원,
작업 시간이 네 시간이라면 시간당 만 원을 잡아 총 오만 원 정도가 적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하지만 몇 번의 작업을 거치며 이 방식에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같은 네 시간이라도 어떤 날은 손이 잘 풀려 수월하게 작업이 진행되고,
어떤 날은 몇 번이나 지우고 다시 태우느라 정신적으로 훨씬 더 소모됩니다.
또한 초보 시절에 비해 지금은 같은 도안을 훨씬 안정적으로 완성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숙련도가 쌓일수록 가격을 낮춰야 할 이유는 없었습니다.
오히려 그 반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 하나 간과하기 쉬운 부분은 준비 시간입니다.
도안을 구상하고, 참고 이미지를 찾고, 나무 상태를 확인하고, 사포질을 하고,
마감 오일을 바르는 모든 과정은 실제 불을 대지 않아도 작업에 포함됩니다.
그러나 많은 경우 이 시간은 가격 계산에서 빠지기 쉽습니다.
저 역시 초반에는 이 준비 과정을 “연습”이나 “부수적인 과정”으로 여겨
가격에 반영하지 않았습니다.
그 결과 작업을 마치고 나면 몸은 지쳐 있는데, 남는 것은 생각보다 적은 금액뿐이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저는 재료비와 시간만으로
가격을 설명하려는 접근이 얼마나 작업자를 소모시키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가격은 단순히 비용을 회수하는 수단이 아니라,
이 작업을 지속할 수 있는 힘이 되어야 합니다.
그 기준이 무너지면 작업은 취미로도, 일로도 오래 이어지기 어렵습니다.
실제 판매 경험에서 배우게 된 가격 조정의 기준
몇 차례 판매를 경험하면서 저는 가격을 한 번에 정답처럼 정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대신 실제 반응을 통해 조금씩 조정해나가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첫 번째로 시도했던 가격은 솔직히 지금 돌아보면 지나치게 낮았습니다.
“처음이니까”, “아직 유명하지 않으니까”라는 이유로 제 스스로 가치를 낮춰 책정한 금액이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가격을 낮게 책정했을 때 오히려 구매가 더 쉽게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입니다.
문의는 많았지만, 결정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생각보다 적었습니다.
반면 가격을 조금 올리고,
작업 과정과 의미를 충분히 설명했을 때는 구매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늘었습니다.
이 경험을 통해 저는 가격이 곧 작품에 대한 신뢰와도 연결된다는 것을 체감했습니다.
또 하나 중요한 기준은 작업자의 감정입니다.
작품을 완성하고 나서 가격표를 붙였을 때, 스스로 납득이 되는지가 매우 중요했습니다.
“이 가격이면 다시 만들어도 괜찮다”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면, 그 가격은 어딘가 잘못된 것입니다.
실제로 저는 몇 번의 판매 이후,
스스로 아쉬움이 남는 가격을 붙였던 작품에서는 작업에 대한 만족감도 오래 가지 않았습니다.
이후에는 가격을 정할 때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습니다.
이 작업을 다시 의뢰받아도 같은 마음으로 할 수 있는가.
이 가격이 제 시간을 존중하는가.
그리고 이 작품을 받는 분에게도 충분히 설명할 수 있는가.
이 세 가지 질문에 모두 “그렇다”고 답할 수 있
감성 작품의 가격, 설명과 신뢰로 완성되다
우드버닝은 기능적인 제품이라기보다 감성적인 성격이 강한 작업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격에 감성을 담는다는 말이 종종 사용됩니다.
하지만 감성이라는 단어는 자칫하면 추상적으로 들릴 수 있습니다.
실제 판매 현장에서는 감성을 구체적으로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처음에는 “손으로 하나하나 작업한 작품입니다”라는 설명만으로 충분할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구매자 입장에서는 그 말이 얼마나 많은 시간과 집중을 의미하는지 쉽게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점점 작업 과정을 더 자세히 설명하게 되었습니다.
어떤 나무를 사용했는지, 어떤 이유로 이 도안을 선택했는지, 작업 중 가장 신경 쓴 부분은 어디인지.
이런 이야기들이 쌓이면서 작품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하나의 이야기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습니다.
가격은 그 이야기의 마침표와도 같습니다.
충분한 설명 없이 제시된 높은 가격은 부담이 되지만,
과정을 이해한 뒤의 가격은 납득의 영역으로 들어옵니다.
저는 이 변화를 직접 경험했습니다.
같은 가격이라도 설명이 있을 때와 없을 때의 반응은 분명히 달랐습니다.
이 과정에서 가격은 혼자 정하는 것이 아니라, 소통을 통해 완성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또한 감성 작품의 가격은 비교 대상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도 특징입니다.
마트에서 파는 제품처럼 옆에 놓고 비교할 수 없기 때문에,
작업자 스스로 기준을 세우지 않으면 쉽게 흔들립니다.
저는 다른 작가들의 가격을 참고하되, 그대로 따라 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대신 제 작업 방식과 속도, 그리고 제가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를 기준으로 삼았습니다.
이 기준이 생기자 가격에 대한 불안도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우드버닝 작업을 하며 가격을 책정하는 과정은,
결국 스스로를 얼마나 존중하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습니다.
처음에는 판매를 성사시키는 것이 목표였지만,
시간이 지나며 지속 가능한 작업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격을 낮추는 것은 쉬운 선택이지만,
그 선택이 반복되면 작업자는 쉽게 지치게 됩니다.
제가 경험한 가격 책정의 실제 사례들을 돌아보면, 정답은 하나가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분명한 방향은 있었습니다.
재료비와 시간에만 얽매이지 말 것.
스스로 납득할 수 없는 가격은 피할 것.
그리고 작품의 이야기를 충분히 설명할 것.
이 세 가지를 지키는 것만으로도 가격에 대한 흔들림은 많이 줄어들었습니다.
가격은 결국 숫자이지만, 그 숫자 뒤에는 작업자의 시간과 감정,
그리고 축적된 경험이 담겨 있습니다.
그 가치를 스스로 먼저 인정할 때, 구매자와의 관계도 건강해집니다.
우드버닝을 시작하신 분들이라면, 가격 앞에서 주저하는 순간이 분명히 찾아올 것입니다.
그때 이 글이 조금이나마 기준을 세우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가격을 정하는 일은 어렵지만, 그만큼 작업자로서 성장하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합니다.
그 과정을 너무 두려워하지 않으셔도 괜찮습니다.